권상록 Kwon Sang Rok 

LOA-DING


Mar 04 - Mar 21, 2023
Wed-Sun 12:00 - 18:00
Closed on Mondays, Tuesday 

(The gallery will open Mar 20, 21)





Gallery Nowhy: Project Insa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9

49, Insladong-gil, Jongro-gu, Seoul, Republic of Korea

Anyounginsadong, 3F 301    


상실도 로딩 될 수 있을까?

안준형 (An Jun Hyung)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상실을 경험할 수 있을까? 흔히 디지털은 비물질적인 속성을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이것은 물질처럼 썩어 없어지거나 부서지고 사라져버릴 일이 없다. 디지털 세계는 마치 영원이라는 불가능한 시간성이 가능한 공간처럼도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상실을 경험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영원하다는 것은, 역시나 그 무엇도 사라질 일이 없다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여기선 ‘상실’이라는 것이 어쩌면 부정적인 경험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게도 된다. 말장난에 가깝긴 하지만, 상실의 부재는 되려 상실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권상록 작가는 디지털 시공간 속에서 발생 가능한 상실에 관해 관심을 기울인다. 그것은 불가능한 경험이 아니다. 작가는 과거에 플레이했던 어떤 온라인 게임을 떠올리며, 그러한 상실의 경험을 그려내려 한다. 그의 회화 프로젝트는 특정한 디지털 환경에서의 소실되고 차단된 경험을 더듬는 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이젠 플레이할 수 없게 된 게임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작업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저 평범한 상실의 경험을 가리킨다. 이와 달리 권상록 작가의 관심은 디지털 세계 속에서 분해되어 버린, 그렇지만 여전히 감각되고 있는 불가해한 상실의 감각이다.


 중요한 키워드 하나는 ‘풍경’이다. 그는 자신이 그리려 하는 경험의 이미지가 어째서인지 풍경의 이미지로 기억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풍경의 의미는 다소 불분명하다. 때문에 그가 이야기하는 풍경의 의미를 따져 보는 일이 중요하다. 우선 그 풍경은 단순히 그가 플레이했다는 온라인 게임의 그래픽 이미지, 혹은 이제는 접속할 수 없게 된 가상 세계에 대한 경험의 이미지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가 이야기하는 풍경이란 가상 세계 속의 경험이 단순히 그래픽 이미지를 기억하는 일로는 환원될 수 없으므로 그려지는 어떤 상, 그 세계에 대한 경험을 기억하는 일에 있어서의 한계에 따른 어떤 불능감의 이미지에 가깝다. 달리 말하자면, 그가 풍경이라는 말을 통해 가리키는 세계는 경험의 주체가 온전히 자신의 경험을 감각 할 수 없는 곳이다. 그곳은 주체가 거주하고 있는 순간조차도 스스로를 자신이 속한 세계와의 연관 속에서 그려낼 수 없는 곳이다. 마치 작가의 회화 속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불투명한 인물의 형상처럼 말이다.


 ‘인물’은 그의 회화에서 중요한 단서이다. 그의 회화에서 풍경이라는 키워드가 강조된다는 점은 언뜻 보기에 역설적이다. 단순하게도 그의 회화에선 항상 인물의 형상이 전면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얼핏 보면 풍경화라기보다는 인물화이다. 하지만 주지할 점은 그 인물들의 형상이 하나같이 위태로워 보인다는 점이다. 그의 회화 속 인물들은 그들이 놓인 배경과 분리되지도 못하는 듯 보인다. 마치 그들이 놓인 세계와 겹쳐져 있는 듯 보이기도 하며, 혹은 사라지거나 나타나고 있는 도중의 모습이다. 때문에 그들은 인물의 형상을 하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얼굴이나 주체를 가진 하나의 분명한 인물로서 나타나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은 배경 속의 사물이나 사건들과 동등한 위상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들은 풍경의 부분에 불과하다. 그의 회화 전면에 놓인 인물의 형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회화가 풍경화로 남아 있는 이유일 것이다.


 권상록 작가의 회화는 인물의 형상을 이용하는 역설적인 풍경화다. 이는 어쩌면 상실에 대한 감각이 모순적인 세계에서 그가 경험하였던 불분명한 상실감을 재현하기 위한 하나의 회화적 방법론이지는 않을까? 그는 자신이 경험한 세계에 대한 감각, 특히나 불능감으로 이어지는 상실감의 상을 ‘풍경’으로서 재현하고자 한다. 그 풍경은 작가의 회화 속 불투명한 인물의 형상처럼 자신을 온전히 자신으로 감각 할 수 없는, 달리 말해 자신이 관여할 수 없는 듯 보이는 세계의 상을 재현하는 이미지이다. 이는 특정한 세계 속에서 희미해진 주관성 재현하는 작업이면서 동시에 그러한 감각을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시도 속에 놓인 작업으로 보인다.


Exhibited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