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K

5th solo exhibition 

Blooming Gray 


Nov 25 - Dec 19 2022
Tue - Sun 13:00 - 19:00
(Closed on Mondays
)

Opening reception 2022.11.26 

17:00 - 19:00 (오프닝은 사전예약 후에 참석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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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ing Gray

LEE.K의 다섯 번째 개인전인 ‘블루밍 그레이Blooming Gray’는 작가가 평소 작품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전 작업에서 동양적 아름다움으로 대표되는 검은 필선의 유려함과 무채색에서 오는 먹먹한 감정들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가 새롭게 제시하는 색채의 아름다움에서 오는 생동감은 그가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해왔고, 성공적으로 그 첫발을 떼었다는 데 힘을 실어준다. 

작가의 이러한 시각적 변화는 그가 꾸준히 탐구했던 작품 속 세계관을 발전시키면서 놀랄 만큼 자연스럽게 제시된다. ‘언어의 양면성’에 대한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 써 시각적, 개념적 일치가 그의 작품에서 온전히 드러나게 된다. 그는 이전 작품에서 언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요소를 강조하는 ‘언어의 부정’이라는 주제를 주로 다뤘다. 인간이 타인과 나누는 의사소통의 기본적 수단인 입이 그 존재의 긍정적 의미에서 벗어나 오해와 폭력의 첫 시작점으로 제시된 것이다. 우리는 듣기 싫은 말이나 머릿속에서 떨쳐내고 싶은 문장 또는 단어를 검은 펜으로 과격하게 선을 그으며 그것을 지워낸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은 이와 마찬가지로 거세고 검은 붓질로 입 부분을 지우면서 부정적 의미의 언어 전달 수단을 막아버렸고, 그렇게 함축된 어둠은 바깥으로 분출되지 못하면서 그 속으로 계속 잠식되어 갔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는 언어를 통한 부정적 감정을 완전히 차단하고 싶은 듯 초상화의 입을 막으면서도 그 느림의 수단으로 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채를 소유하고 있는 자연물인 꽃을 제시한다. 이는 처음으로 그가 언어의 부정뿐만 아니라 언어가 가진 ‘순수 감정적 아름다움의 전달’이라는 긍정적 부분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 그가 동화 일러스트 작업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통해 얻은 정신적 순수성을 어린 소년소녀의 이미지로 도상화 시키면서, 화면에 도 출하는 감정적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한다. 이때 발생하는 언어가 갖는 두 이면의 교차는 그의 작품을 내 외면으로 더 욱 생동감 있게 변화시키는데, 시각적으로는 무에서 유로, 개념적으로는 부정의 의미에서 긍정과 생명의 의미로 애틋 한 감정 변화를 이끌어낸다. 

작가가 그의 작업에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 작품 속에서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이상향은 ‘지속가능성과 진솔함, 감정적 경험 제시’이다. 그는 매 전시에서 본인의 지속적인 언어에 대한 집착과 시각적 요소에 대한 사유 및 연구 결과를 관람객에게 보여주었다. 또 그 속에서 자신이 사유한 주제에 대한 솔직한 감정들을 관람객과 공유했다. 다섯번 이라는 횟수의 개인전을 여는 작가로서 그동안 매너리즘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그가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어떤 청사진을 향해 계속해서 발전해가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화풍의 변화는 그에게 있어서 도피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작품에 내포시킨 그의 솔직한 감정 변화를 관람객과 가감 없이 공유할 수 있는 투명한 유리창이다. 우리는 회색 안개를 걷어냈을 때 어둠을 고대하지 않는다. 그것을 걷어낸 후 우리가 보고 싶은, 우리의 망막에 맺히는 모습들은 빛과 색의 3원색으로 이루어진 찬란한 무지개이다. - 김재동